2021/09/08 ‒ 2021/09/25
지형일 뿐인데, Except when you’re standing.
황효덕 Hwang Hyoduck

인터뷰





쥐고 굽혀 듣기
2021
구리 캐스팅, 싱글 채널 스피커
24 × 10 × 10 cm


효덕 : 이 작품을 제작할 때, 무게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뭔가 쥐어서 만들겠다고 생각을 했고, 관객이 작품을 관람할 때 만든 사람의 행위를 부분적으로 복제하길 바랐어요. 뭉친 금속 특유의 무거운 감각도 전달하고요. 무겁고 소리가 나는 오브제를 귀에 대면 근육이 움직이며 몸에 힘이 들어가고, 손과 귀의 감각이 예민해지게 돼요. 팔의 각도나 고개의 움직임과 같은 것들이 특정 형태를 취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어요.

하영 : ‘복제’라는 말은, 관객이 조각을 들었을 때의 움직임과 효덕 씨가 작품을 제작할 때 취했던 움직임의 관계인가요?

효덕 : 네. 신체 행위의 복제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직 모르겠어요. ‘작품을 관람할 때 특정한 동작을 유도하며 만들어지는 비슷한 동작의 반복이 작업과 관객을 연결하는 무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에요.

하영 : 조각 안에서 미세하게 들리는 소리는 뭐예요?

효덕 : 지나간 날짜의 기상 방송이에요. 어울릴 것 같았어요. 기후는 물질이라는 큰 범주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고, ‘기후가 불특정한 상황에서 계속 바뀌고, 때로는 순환하고 있다는 느낌을 소리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영 : 기상방송의 날짜는 특정한 건가요?

효덕 : 아니에요. 작품에서 나오는 예보를 들으면 요즘에 나오는 방송과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기상방송에서 전달하는 표현의 범위가 넓어서일 수도 있고, 방송 자체가 정확하게 뭔가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도 있고, 기후가 가지고 있는 속성 자체가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조훈 :  그럼, 방송 내용을 선정할 때 기준이 있었나요?

효덕 : 날씨가 감각적으로 전달이 잘 될 것 같은 멘트가 나오는 방송을 골랐어요. 예를 들어 내일은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외투를 따뜻하게 입어야 되겠다던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신 전달해 주는 것이 분명히 있더라고요. 대부분의 기상 방송은 장마나 태풍이 오는 날이 아니라면 평범하게 진행이 되는데, 약간 템포를 주려고 변동이 심한 기후 상태를 의도적으로 넣기도 했어요.

하영 : 조각의 형태는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셨나요?

효덕 : 일단 쥐었어요. 물렁물렁한 찰흙을 쥐어서 그 형태가 남는 것을 첫 번째 단계로 했고, 그다음에 귀에 댈 수 있는 형태로 조금구부렸어요. 손이나 귀에 닿는 부분은 부드럽게 연마했어요.
2
구리모양들
2021
구리
가변크기


효덕 :이 조각들은 어떤 형태를 생각하며 만든 것은 아니에요. 중요했던 것은 지속해서 많이 손으로 두드려서 또는 물리적인 힘을 가해서 금속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변형시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개수가 중요했어요.

하영 : 왜 개수가 중요했나요?

효덕 : 반복되는 행위, 그러니까 노동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행위가 작은 조각 안에 담겼으면 했어요.

조훈 : 개수가 많아지다 보니 비슷한 형태도 많은 것 같아요.

효덕 : 네. 금속을 두드릴 때 달라지는 힘과 스피드와 망치의 크기와 자세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변주하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비슷한 것이 생기더라고요. 형태를 염두에 두지 않으려고 해도 머릿속에 습관적으로 학습되어 있는 형태에 대한 예견이라고 해야하나, 미리 정해놓음을 벗어날 수는 없더라고요. 그런 것에 대한 컨트롤이 좀 힘들었던 것 같고, 결국에는 ‘그런 작업이 불가능한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좀 섞여 있는데, 형태를 일부러 만들었어요. 어떤 제품의 부속품 같다거나, 실제로 기능을 하진 않지만, 기능을 지시하는 형태처럼 보이게 만든 것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구멍을 뚫는다거나, 직각으로 구부린다거나, 반복적인 패턴들을 표면에 남긴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이 작업들의 공통점은 결국 계속 두드리고 반복해서 연마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형태들을 변형해 나간 것이에요.

하영 : 조각에 찍힌 작은 숫자들은 제작 순서를 뜻하는 건가요?

효덕 : 네. 순서인데, 이게 중간에 좀 섞이긴 해서 엄밀하게 이 숫자 그대로 만들어진 거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웃음) 그럼에도 이 숫자를 넣은 것은 개수가 많기 때문에 기억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숫자 없이 100개, 200개 이상이 됐을 때는 각각의 성격이 ‘구리’라는 물질로 통일되는데, 번호가 있으면 이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조훈 : 크기가 전체적으로 비슷해요.

효덕 : 네. 너무 크게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작으면 좀 더 가까이서 보게 되니까 그게 좀 필요할 것 같았어요. 크면 멀리서 보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가까이 봤을 때 이 물질이 가지고 있는 표면적인 특징들 그리고 표면 안에 숨겨져 있는 특징들을조금 더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3
밤의
2021
Oil on canvas
130 × 130 cm


하영 : 맞은 편에 산 그림이 있어요.

효덕 : 네. (웃음) 그림을 한 8년 만에 그렸어요.

조훈 : 왜 붓을 드셨죠? (웃음)

효덕 : 다른 이유보다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던 게 가장 컸어요. (웃음) 10년 이상 집 앞에서 보던 산이고, 그 산이 가지고 있는 형태나 양감, 암석들, 그런 걸 넘어서서 가지고 있는 존재감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낮에 산이 잘 보일 때도 그렇지만, 밤에 안 보일 때 오히려 더 그런 것 같아요. 빛이 사라졌을 때 그 공간과 대상이 가진 존재감이 더 강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밤에 산은 여러가지 감정이나 감각적인 부분을 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어두운 밤의 산을 그려보자!

조훈 : 가운데 흰 동그란 부분은 뭐예요?

효덕 : 터널인데, 실제로도 있어요. 서울양양고속도로 터널이 저 산의 중간을 관통하고 안이 밝아요. 이 부분이 원 그 자체일 수도 있고, 다른 것과 같이 있으면 구멍이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다르게 매칭해보고 싶었어요.

하영 : 전시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이 그림을 포함한 이유가 있을까요?

효덕 : 무게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한 역할이 있었어요. 영상에는 산을 담았는데, 영상에 담지 못하는 부분을 그림에 담을 수 있다고생각했어요. 저 영상으로 담을 수 없는 어떤 상태와 어떤 지점들은 다른 걸 통해서 담아야 하긴 하는데, 입체로 만든 그 산 안에 포함된 바위일 수도 있고, 그 안에서 추상적인 형태, 아니면 물리적인 것에 내포하고 있는 무언가가 그림으로는 어느 정도 해결될수 있을 것으로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렸는데, 근데 이 부분이 큰 이유는 아니에요. 제일 중요했던 건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하영 : 오랜만에 그림 그리니까 어땠어요?

효덕 : 어려워요. 그림은 아무나 그리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웃음)
4
파도
2021
옥수수 가루, 미네랄 오일
가변크기


하영 : 파도라고 하면, 저는 가장 먼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파도가 생각나요.

효덕 : 이 작업은 오래전부터 생각을 했어요. 영상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이 파도였는데, 이 파도가 바다에 있는 파도는 아니었어요. 홍수가 나서 강이 범람하고 강물이 바위를 타고 오르거나, 틈으로 스며들면서 단단해지는 어떤 물, 그런 파도를 영상으로 담고싶었어요. 여기에서 착안해서 단단해진 어떤 상태, 형태가 낯선 파도, 물의 다른 상태를 만들고자 했어요. 지구의 중력 때문에 올라갈 수 없는 어떤 높이를 암시하는 형태를 가진 파도 정도면 어떨까, 그리고 이 파도가 낮은 것들이 있는 공간에서 솟아 있으면다른 것들하고 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어봤어요. 실제 파도와 마찬가지로, 그러니까 물이 높이 올라간 상태와 마찬가지로, 이동할 수 없는, 하지만 순간적으로 형태가 정지해서 그대로 유지하게 하고 싶었어요. 전시가 끝나면 다시 이 형태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요. 파도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하자면, 우리가 파도라고 인식을 할 때는 그게 어느 정도 어떤 영향을 가할 거라는 예상이 될 때가 있어요. 반면에 잔잔한 물결의 일렁임은 파도라고 부르지는 않아요. 그런 지점이 재미있었던것 같아요. 큰 것은 파도, 작은 것은 물결. 그런데 물이 변형되는 모양으로 보면 같은 것이기도 하죠.

하영 : 정지한 파도, 그러니까 파도의 형태 자체를 일시적으로 고정하고 싶었던 것이네요!

효덕 : 네. 그래서 재료도 마르지는 않지만, 쉽게 부서지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만들었어요.

조훈 : 재료는 무엇을 사용하신 거예요?

효덕 : 옥수수 가루랑 식용 오일을 섞었어요. 가루 입자의 상태가 중요했어요. 밀가루로 먼저 테스트를 해봤는데, 이렇게 점성을 유지하면서 부서진 상태를 동시에 갖지는 못하더라고요. 옥수수 전분은 가능했어요. 전분을 물이랑 섞었을 때는 순간적으로점성과 탄성을 유지하긴 하는데, 나중에 수분이 증발하면 말라서 변형되더라고요. 그래서 미네랄 오일을 사용했어요. 기름은 증발하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는 한, 형태를 잘 유지해요.
5
표면으로 모여 속이
2021
구리
170 × 120 × 120 cm


하영 : 파도를 지나면 이제 돌이 나와요.

조훈 : 구리로 표면을 덮은 돌.

효덕 : 전시를 준비하면서 구리에 대해 리서치를 했는데, 구리가 돌에서 왔더라고요. 어떤 특정 구리 광석에서 추출할 수 있는 구리의양은 얼마일까? 추출되어 금속이 된 구리로 금속이 되기 전 돌 표면을 덮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모양일지 먼저 생각했어요. 광석에서 추출한 구리를 다시 표면으로 돌려놓듯, 바위의 표면을 떠보면 어떨까. 그렇다고 구리를 원래 존재하던 곳으로 다시 되돌리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보다 사람이 구리를 추출하고 제련하면서 변형시켰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과정 자체를 생각했는데, 결국 모양은 바뀌지만, 분자 단위나 원자 단위로 봤을 때는 그대로 인 거예요. 그래서 바위 안에 있었던 구리나, 사람들이 뭔가 만들어 놓으면서 저렇게 변형한 구리나, 구리는 구리고, 그런 구리의 모양을 바꾼 것 정도가 유일하게 사람들이 변형하는 방식이 아닐까, 그랬을 때 그 관계는 뭘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두드리면서 구리와 바위와 어떤 형태를 신체와 연결시켜서 생각해 보려고 했어요.

하영 : 바위 표면의 형태를 구리로 떠낼 때 특정한 바위를 선택해서 하셨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효덕 : 모양이 중요했어요. 이 부분은 주관적이긴 한데, (웃음) 머릿속에 남아 있는 바위라고 해야 할까요. 물에 의해서 마모된 흔적들이 남아 있는 바위를 원했어요. 그래서 계곡을 찾았어요. 바위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는 모양과 표면이 가지고 있는 구조가 중요했어요.

하영 : 조각 뒤의 벽에 가는 선들이 보여요.

효덕 : 작업 제작 과정에서는 오브제 자체가 움직임이 있어 보였거든요. 근데 전시 공간에 놓이니까 정말 멈춰 있더라고요. 조각을 옮기면서 벽에 스크레치가 났었는데, 지울까 하다가 움직임을 줄 수 있는 인덱스 기능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벽이 너무깨끗해서 (웃음) 다른 작업에서도 선이 존재해서 어울릴 것 같아 드로잉 해봤어요.

하영 : 초기에 전시 구성 단계에서 이 작업을 어떻게 놓을지 고민을 많이 하셨잖아요.

효덕 : 네. 이 바위를 찾았을 때, 바위가 다른 바위에 걸쳐 있던 상태였어요. 서로 기대 있어서 뭔가 좀 불안하지만, 그래도 단단하게 유지하면서 존재한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약간의 긴장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낀 것 같아요. 근데 그 상태를 가지고와서 전시장에 놓았을 때 뭔가 다르더라고요. 일단 표면만 가져왔기 때문에 조립할 때 물리적인 영향을 받아서 모양이 바뀌었어요. 당연히 찌그러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조립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죠. 이런 요소들 때문에 처음 바위를 봤을 때 느낌과 많이 달라졌는데, 결국에는 위치를 조정해 가면서 많은 부분 해결한 것 같아요.

조훈 : 바위를 뜰 때 손이 닿지 않는 부분도 있잖아요. 땅에 묻힌 부분이라든지, 다른 돌과 접한 부분이라든지, 그런 부분은 어떻게 처리하셨어요?

효덕 : 그 부분은 옆에 놓인 바위를 떴어요. 그래서 결국 이 작품이 하나의 바위를 뜬 게 아니라 두 개의 바위가 합쳐진 형태가 되었어요.

조훈 : 바위가 있던 주변의 맥락을 가져오는 거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옆에 있던 돌을 같이 떴다고 하면, 그 주변 환경과 맥락을 함께 끌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효덕 : 음… 비슷한 맥락인지는 모르겠는데, ‘여기 같이 놓인 바위들이 결국에는 큰 산의 일부이고, 거기에서 어떤 덩어리가 쪼개져서 굴러오다가 생긴 것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한 덩어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영 : 들어보니 두 분이 같은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아요. (웃음) 효덕 씨는 좀 더 크게 전시의 제목처럼 지형으로 확장해서 말씀하시는 것 같고, 조훈 씨는 작업할 때 맥락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결국 바위가 같은 지형에 속해있으니까요. (웃음) 듣고보니, 처음에 저는 바위가 가진 장소성이 중요한 부분인가 싶기도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효덕 : 네. (웃음) 오히려 형태가 중요했어요. 그런데 작업하다 보니 그렇게 형태적으로 꼭 맞는 바위를 온전히 다 뜰 수는 없더라고요. (웃음)
6-1
앞에 있는 앞의
싱글 채널 비디오
5분 8초



6-2
세로
2021
싱글 채널 비디오
6분 39초


6-3

리얼 타임 비디오
조훈 : 그럼 다음 작업을 볼까요? 모니터 3대가 있는데요. 이 모니터 전원선이 굉장히 특이해요. (웃음) 영상 작업은 어떤 내용이에요?

효덕 : 첫 번째 작업은 그림에 등장하는 산이에요. 형태는 매우 다르죠. 그림은 좀 관념적인데, 영상은 비교적 있는 그대로를 담으니까. (웃음) 영상은 비오는 날 찍었어요. 원래 장마 기간에 찍고 싶었어요. 근데 이번 여름에 비가 많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원했던 장마에 못 찍었고, 대신 내린천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옛날에 살았던 집 앞에 있는 산을 촬영했어요. 산이 세로로서 있고, 가로로 길게 도로가 있는 그 풍경이 흥미로웠어요. 산악 지방은 비가 오면 구름이 산에 걸렸다가 넘어가면서 산이 선명해졌다가 다시 사라지거든요. 산의 덩어리 감이 느껴지다가 빗물로 변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 영상은 지금 제작 중인 영상의 일부분을 또 다른 버전으로 편집한 거예요. 영상에 나오는 장소는 옛날에 다리가 있기 전까지 배에 줄을 연결해서 줄을 당기면서 건너야 했던 곳이래요. 그래서 장마 기간에는 건널 수 없었고, 갈 수없는 장소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가산동’이에요. 그곳을 배경으로 찍었어요. 그 강가에 용바위라 불러던 바위가 있는데, 중간에 물 흐름 때문에 깊게 파인 웅덩이가 있고, 수심이 8m 정도 되어요. 영상에는 못 담았는데, 거기에 얽힌 전설도 있어요. 그 큰 바위가 장마 때면 물에 잠겨요. 그러면 물이 그 바위의 형태를 간직하면서도 파도처럼 커지는데, 그 장면을 담고싶었어요.

하영 : 영상 중간에 강가에 사람이 나와서 돌을 끌고 지나가는 장면이 있어요. 포스터에 담긴 이미지!

효덕 : 아, 네네. 즉흥적으로 찍긴 했는데, 용바위에 얽힌 이야기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다 보니 사고가 자주나요.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군인들을 동원해서 거길 바위로 메꿨대요. 근데 실제로 가면 메워져 있어요. 장마 기간에 돌이 떠밀려와서 그럴 수도 있죠. 그런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용이라는 게 장마일 수도 있고, 어떤 자연의 힘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모든 것을 메꾸는 인간의 힘일 수도 있고요. 두려움일 수도 있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들이 가진 힘. 그래서 메꾼다는 것은 어떤 두려움에 대한 상태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하영 : 이전까지 어떤 환경이나 상황을 물질로 만드는 작업을 해오셨잖아요. 가령 특정 온도를, 그것을 만들어내는 기계장치를 이용해서 시각적으로 다른 환경이나 상황으로 전달한다거나, 그런데 이번 작업에서는 그런 부분이 영상에 담겨 있어서 좀다르게 느껴졌어요.

효덕 : 이전 작업들은 물질을 통해서 전달하는 감각이 있어서 좋은 부분이 분명히 있었지만, 추상적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런 방식을 지속했을 때 힘을 잃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구체적인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영상은 시간의 흐름을 만들기위해서 구체적인 장면들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영 : 이 영상 작업은 앞으로 확장할 요소가 많겠네요.

효덕 : 네. 아마 30분 안팎의 작업이 될 예정이에요.

하영 : 마지막 화면에는 전시장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남산이 보여요.

효덕 : 이번 전시에 산이 많이 등장하는데, 위치가 분명히 다르긴 해요. 그런데 지구가 자전하면 그 위치가 결국 같은 위치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산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지형이 조금 솟아있는 물질의 다른 상태를 부르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두 영상 작업은 기록된 영상인데, 지금 이 영상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거니까 확실히 다른 느낌을 전달해줄 수 있지않을까 싶었어요.
7
샐러맨더
2021
감열지
700 × 10 cm


효덕 : 금속은 두드려도 열이 생겨요. 온도와 관련한 작업을 지속해서 해왔기 때문에 이 작업을 한 이유도 있어요. 구리는 열전도율이 굉장히 높아요. 열을 보여주고 싶은데, 직접 따뜻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이전까지 그런 방법을 많이 보여줘서, 이번엔 다른방법을 생각하다 이렇게 보여주게 되었어요. 얇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하영 : 제작 방식이 그럼 구리를 가열한 다음에…

효덕 : 네. 감열지에 올려놓은 거예요. 이 종이는 250도 정도가 되면 반응을 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바랠 거예요. 자외선, 적외선으로 탈색된다고 하더라고요.

조훈 : 이번 작업은 금속을 매개로 온도를 이용해서 형태를 전달하게 되었네요.

효덕 : 네. 이전에도 그랬지만, 온도가 제 작업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조훈 : 온도라는 게 어떤 물질의 변화하는 상태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 비물리적인 속성을 이용해서 시각적인 형태를 만드는 부분이흥미로웠어요.
8
부식 시킨
2021
구리
50 × 45 × 40 cm


조훈 : 마지막 이 작은 돌은 뭔가요? (웃음) 표면이 부식되어 있네요?

효덕 : 내린천에 가서 돌 표면을 뜨기 전에 서울 작업실에서 테스트했던 돌이에요. 돌 작업의 드로잉 같은 것이었고 처음에는 전시에서보여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전시장에 따듯한 색과 무채색만 너무 많은 게 이상해서 놓아두었어요. 또 큰 돌 작업이 혼자있기에는 너무 존재감이 커서 성격이 다른 친구정도로 마지막에 이렇게 귀엽게 놓았어요. (웃음) 구리 부식액으로 표면을 부식시켜서 색을 주었는데, 이런 방법으로 부식시키지 않아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저렇게 부식되겠죠. 부식액을 사용한 것은 물질의 시간을 인위적으로 가속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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