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7 ‒ 2019/08/24
Roll cake: 강정석 드로잉전
강정석
ONEROOM은 강정석 작가의 드로잉 전시 «Roll cake: 강정석 드로잉전»을 2019년 8월 7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합니다. «Roll cake: 강정석 드로잉전»은 강정석 작가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작업 중 드로잉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과거 영상 편집에서 이용했던 방법론인 ‘Roll cake’ 편집 방식을 전시의 방법론으로 차용하여 구성합니다. 또한, «Roll cake: 강정석 드로잉전»에서는 두 번의 ‘후원의 밤’을 통해 작가의 드로잉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나의 노드(node)로 미래의 시간을 도모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강정석 작가가 오랜 기간 고심해 온 작업 리듬의 개선을 위해 ‘후원의 밤’을 엽니다. 작가의 향후 작업 계획 설명과 함께 현장에서 후원 등록 접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목표 금액은 999만원으로, 후원자에게는 소정의 리워드 및 향후 1년간 생산된 작업물 전시 시 후원 명기, 1년에 2회 근황을 전하는 메일링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인터뷰
일자: 2019년 7월 12일 금요일
장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작가의 작업실
정석 드로잉은 종이에 하든 디지털로 하든 항상 매체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느낌이 좋아요. 예를 들면 오토데스크 인벤터(Autodesk Inventor)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되잖아요. 만드는 물건의 특정 부분을 고정하고, 일부에 압력을 주면 어떤 식으로 얼마나 휘는지 볼 수도 있고. 근데 아주 구체적인 걸 할 수 있을 때도 드로잉을 한다는 건 뭔가 완벽하지가 않아요. 손이랑 머리가 연결된 상태로 생각하면서, 뭔가가 안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드로잉을 한다고 느끼는 게 있어요. 그런 면이 작업을 드로잉으로 완성되도록 이끌어 주는 거죠.
하영 그럼 아웃풋(Output)을 드로잉으로만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도 있어요?
정석 네네. 그런 게 꽤 있어요. 드로잉이 꼭 완성품의 스케치는 아니 거든요. 주로 시행착오를 모면하기 위해 하는 건데, 무슨 설계도를 테스트하는 게 아니에요. 일단 그냥 뭔가를 모면하는 거 같아요. 땅 같은 지형물을 만드는 기분이에요. 동굴 안 같은 데에 세계관의 단서를 붙여나가는 상상을 해요.
조훈 종이 선택은 눈에 잡히는 대로 하나요?
정석 꼭 잡히는 대로 한다기보다 선호가 있긴 한데, 예를 들면 누가 준 호텔에서 가져다준 얇은 펄프지, 아니면 좀…완전 미술용으로 나온 것 같은 종이는 왠지 잘 안 써요.
하영 드로잉이 굉장히 많이 쌓였네요. (웃음)
정석 영상 전시를 많이 해서 (영상 전시를 진행하려고 하면) 조명을 켜지 못하니까 맨날 어디 걸지도 못했고. 쌓였네요. 전시하게 되어서 무척 기뻐요. 마침 (드로잉의) 비율이 재밌거든요. 2014년까지는 친구들이랑 작업하면서 그린 게 있고. 그 후에는 게임 생각을 많이 했고. 지나간 시간이 길어서 쭉 늘어놓으면 뭐 하는 사람인가 싶은 게 재미있을 거 같아요.
조훈 지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롤케이크라는 말이 잘 맞는 시기인 거네요. 아까 보여주신 그 트리 구조 드로잉 있잖아요. 이 안에 시작부터 어느 정도까지 전개된 게임의 누적된 화면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흥미로워요.
하영 그러고 보니 롤케이크 편집 드로잉은 어떻게 하다 생각하시게 된 거예요? 이것은 정석 씨가 먼저 전시 컨셉으로 제안을 한 개념이에요.
정석 ‹시뮬레이팅 서피스A(Simulating Surface A)›(2014) 작업 초기에 스마트폰으로 친구의 오전 출근길을 7개월간 찍었는데요. 그게 무슨 찍어야 하는 장면이 정해진 게 아니니까 지하철에서 지나가는 아침 먼지도 찍고 그랬어요. 근데 그걸 편집 창에서 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어요. 이걸 어떻게 배치할까 생각하다가 롤케이크식 편집법이라는 드로잉을 그렸어요. ‹시뮬레이팅 서피스A(Simulating Surface A)›랑 ‹생일파티, Birthday Party›(2014)는 이 드로잉을 염두에 두고 편집한 거예요. 단순히 클립을 나열하기보다는 뭔가가 편집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게 말씀하신 롤케이크 드로잉이랑 아이폰4 마이크가 주는 헛헛한 사운드. 롤케이크는 펼친 빵을 둘둘 말아서 잘라 먹는 거니까, 펼친 빵 위에 크림과 건포도 깔듯이 편집 창에 그림이나 영상을 깔고, 말아서 자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편집했어요. 또 롤케이크라는 게 누구한테 인사를 해야 하거나, 그러면 꼭 사가게 되잖아요. 작업을 그렇게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번 전시에선 드로잉을 제시하기에 좋은 배경이 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조훈 드로잉과 영상 편집이 동시에 진행된 일이에요?
정석 네네. 사전에 저걸 그리고 편집을 한 게 아니에요. 항상 그런 식이죠. 뭘 하다가 드로잉하고, 뭘 하다가 드로잉하고.
조훈 진짜 일대일로 대응해보면 재료 같은 것도 정석 씨가 자른, 그러니까 편집한 클립들일 것 아니에요. 그걸 어쨌든 막무가내로 자를 수는 없잖아요. 갑자기 랜덤하게 자를 수도 없고, 지금 얘기를 들어보면 뭔가 리듬 찾기 같은 느낌이 좀 들어요. 전혀 상관없는 클립들을 이어주는 역할도 되잖아요.
하영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한 후원자 모집은 어떤 이유에서 생각하시게 되셨나요?
정석 복잡한 마음인데요. 늘 전시를 열고 나서 손과 머리가 최적의 흐름일 때에 꼭 돈이 하나도 없어요. 정신이 들 만큼 벌고 나면 흐름이 없어져서 제가 남긴 드로잉이나 메모를 다시 학습해야 하는 일이 생겨요. 물론 알바를 할 때 어떤 풍경을 만나는 것에서 얻는 장점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고… 후원을 받는다고 해도 알바는 작게 계속해야 할 거예요. 리듬을 개선하면 더 잘할 것 같다고 오래 생각해왔어요. 더 경쟁력 있고 재밌는 작업을 만들고 싶고, 상상만 했던 후원 모집을 실제로 하면 어떻게 되나 알고 싶기도 해요. 그래서 해보기로 했어요. 나름의 리워드랑 형식을 갖춰서. 잘 부탁드릴게요.
끝.
Roll cake: 강정석 드로잉전
강정석
ONEROOM은 강정석 작가의 드로잉 전시 «Roll cake: 강정석 드로잉전»을 2019년 8월 7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합니다. «Roll cake: 강정석 드로잉전»은 강정석 작가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작업 중 드로잉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과거 영상 편집에서 이용했던 방법론인 ‘Roll cake’ 편집 방식을 전시의 방법론으로 차용하여 구성합니다. 또한, «Roll cake: 강정석 드로잉전»에서는 두 번의 ‘후원의 밤’을 통해 작가의 드로잉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나의 노드(node)로 미래의 시간을 도모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강정석 작가가 오랜 기간 고심해 온 작업 리듬의 개선을 위해 ‘후원의 밤’을 엽니다. 작가의 향후 작업 계획 설명과 함께 현장에서 후원 등록 접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목표 금액은 999만원으로, 후원자에게는 소정의 리워드 및 향후 1년간 생산된 작업물 전시 시 후원 명기, 1년에 2회 근황을 전하는 메일링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사진: 김익현, 제공: 강정석
인터뷰
일자: 2019년 7월 12일 금요일
장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작가의 작업실
정석 드로잉은 종이에 하든 디지털로 하든 항상 매체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느낌이 좋아요. 예를 들면 오토데스크 인벤터(Autodesk Inventor)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되잖아요. 만드는 물건의 특정 부분을 고정하고, 일부에 압력을 주면 어떤 식으로 얼마나 휘는지 볼 수도 있고. 근데 아주 구체적인 걸 할 수 있을 때도 드로잉을 한다는 건 뭔가 완벽하지가 않아요. 손이랑 머리가 연결된 상태로 생각하면서, 뭔가가 안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드로잉을 한다고 느끼는 게 있어요. 그런 면이 작업을 드로잉으로 완성되도록 이끌어 주는 거죠.
하영 그럼 아웃풋(Output)을 드로잉으로만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도 있어요?
정석 네네. 그런 게 꽤 있어요. 드로잉이 꼭 완성품의 스케치는 아니 거든요. 주로 시행착오를 모면하기 위해 하는 건데, 무슨 설계도를 테스트하는 게 아니에요. 일단 그냥 뭔가를 모면하는 거 같아요. 땅 같은 지형물을 만드는 기분이에요. 동굴 안 같은 데에 세계관의 단서를 붙여나가는 상상을 해요.
조훈 종이 선택은 눈에 잡히는 대로 하나요?
정석 꼭 잡히는 대로 한다기보다 선호가 있긴 한데, 예를 들면 누가 준 호텔에서 가져다준 얇은 펄프지, 아니면 좀…완전 미술용으로 나온 것 같은 종이는 왠지 잘 안 써요.
하영 드로잉이 굉장히 많이 쌓였네요. (웃음)
정석 영상 전시를 많이 해서 (영상 전시를 진행하려고 하면) 조명을 켜지 못하니까 맨날 어디 걸지도 못했고. 쌓였네요. 전시하게 되어서 무척 기뻐요. 마침 (드로잉의) 비율이 재밌거든요. 2014년까지는 친구들이랑 작업하면서 그린 게 있고. 그 후에는 게임 생각을 많이 했고. 지나간 시간이 길어서 쭉 늘어놓으면 뭐 하는 사람인가 싶은 게 재미있을 거 같아요.
조훈 지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롤케이크라는 말이 잘 맞는 시기인 거네요. 아까 보여주신 그 트리 구조 드로잉 있잖아요. 이 안에 시작부터 어느 정도까지 전개된 게임의 누적된 화면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흥미로워요.
하영 그러고 보니 롤케이크 편집 드로잉은 어떻게 하다 생각하시게 된 거예요? 이것은 정석 씨가 먼저 전시 컨셉으로 제안을 한 개념이에요.
정석 ‹시뮬레이팅 서피스A(Simulating Surface A)›(2014) 작업 초기에 스마트폰으로 친구의 오전 출근길을 7개월간 찍었는데요. 그게 무슨 찍어야 하는 장면이 정해진 게 아니니까 지하철에서 지나가는 아침 먼지도 찍고 그랬어요. 근데 그걸 편집 창에서 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어요. 이걸 어떻게 배치할까 생각하다가 롤케이크식 편집법이라는 드로잉을 그렸어요. ‹시뮬레이팅 서피스A(Simulating Surface A)›랑 ‹생일파티, Birthday Party›(2014)는 이 드로잉을 염두에 두고 편집한 거예요. 단순히 클립을 나열하기보다는 뭔가가 편집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게 말씀하신 롤케이크 드로잉이랑 아이폰4 마이크가 주는 헛헛한 사운드. 롤케이크는 펼친 빵을 둘둘 말아서 잘라 먹는 거니까, 펼친 빵 위에 크림과 건포도 깔듯이 편집 창에 그림이나 영상을 깔고, 말아서 자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편집했어요. 또 롤케이크라는 게 누구한테 인사를 해야 하거나, 그러면 꼭 사가게 되잖아요. 작업을 그렇게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번 전시에선 드로잉을 제시하기에 좋은 배경이 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조훈 드로잉과 영상 편집이 동시에 진행된 일이에요?
정석 네네. 사전에 저걸 그리고 편집을 한 게 아니에요. 항상 그런 식이죠. 뭘 하다가 드로잉하고, 뭘 하다가 드로잉하고.
조훈 진짜 일대일로 대응해보면 재료 같은 것도 정석 씨가 자른, 그러니까 편집한 클립들일 것 아니에요. 그걸 어쨌든 막무가내로 자를 수는 없잖아요. 갑자기 랜덤하게 자를 수도 없고, 지금 얘기를 들어보면 뭔가 리듬 찾기 같은 느낌이 좀 들어요. 전혀 상관없는 클립들을 이어주는 역할도 되잖아요.
하영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한 후원자 모집은 어떤 이유에서 생각하시게 되셨나요?
정석 복잡한 마음인데요. 늘 전시를 열고 나서 손과 머리가 최적의 흐름일 때에 꼭 돈이 하나도 없어요. 정신이 들 만큼 벌고 나면 흐름이 없어져서 제가 남긴 드로잉이나 메모를 다시 학습해야 하는 일이 생겨요. 물론 알바를 할 때 어떤 풍경을 만나는 것에서 얻는 장점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고… 후원을 받는다고 해도 알바는 작게 계속해야 할 거예요. 리듬을 개선하면 더 잘할 것 같다고 오래 생각해왔어요. 더 경쟁력 있고 재밌는 작업을 만들고 싶고, 상상만 했던 후원 모집을 실제로 하면 어떻게 되나 알고 싶기도 해요. 그래서 해보기로 했어요. 나름의 리워드랑 형식을 갖춰서. 잘 부탁드릴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