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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 2017/12/23
PHASES
박승혁
«PHASES»는 ‘번역’에서 시작한다. 번역은 대상을 또 다른 대상과 인위적으로 맥락 짓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의미는 원래의 의미와 정확히 포개질 수 없으며, 어쩔 수 없이 오차가 발생한다. 이번 전시에서 박승혁은 기능과 역할이 부여된 물건을 작품의 참조 대상으로 삼되 어떠한 식으로든 다시 만든다. 전시장에 놓여있는 작품들은 작가가 참조한 물건들과 유사한 모양을 하지만, 작가에 의해 ‘번역’되면서 본래 속해 있던 기능과 멀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미술 작품의 조건에 대한 범주 안에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이전에 진행해 온 전시들이 공유하고 있는 방식, 이를테면 전시에서 사용된 오브제를 다음 전시에 출현시키는 것에서 빠져나오면서 «PHASES»를 시작한다.
‹Phases›는 작가가 이전까지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반복적 사용’이라는 행위(문법) 자체를 형태로 번역하여 하나의 오브제에 작동시킨 결과이다. N자 형태의 오브제는 머리와 꼬리를 맞대어 반복적으로 이어져 나간다. 한편, ‹Forward Seat›에서 작가는 사물을 통해 작품이 전시될 공간을 번역한다. ‹Forward Seat›는 버스 앞 좌석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 형태로 인해 원룸ONEROOM의 창밖 풍경과 버스 앞 좌석에서 보이는 풍경이 중첩된다. 작품이 올려진 좌대를 버스의 육중한 바퀴를 감싸며 툭 튀어나온 볼륨으로 번역해 보면, 플라스틱으로 소성된 의자(기성품)만 작품으로 성립한다. 번역의 행위로 본래의 사물은 이전과 다른 단계(phase)에 존재하지만, 이 번역으로 인해 사물은 어디에도 포획되지 않는, 불분명하고 미결정의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이 영역이 불분명하고 미결정의 상태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여타의 것을 사물에 이입하기 보단 사물의 영역에서 참조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작가가 참조하는 대상은 전시에 직접 등장하거나, 구체적인 형태로 치환되어 오브제로 제작되거나, 제작된 오브제와 기성품 간의 배치를 통한 관계로 나타난다. 또한, 전시장에 배치된 각각의 오브제들은 구체적이고 명료한 형태로 서로에게 참조 대상이 되는 동시에 참조 자체를 지시하기도 한다. 가령, ‹Phases›와 ‹Untitled(First Movement)›는 같은 색과 형태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있으며, ‹Yoga›는 생활 공간에 흔히 있는 전자제품 부속의 형태와 작동방식을 참조하고 있다. ‹Tea Table›과 주변에 놓인 두 개의 의자는 각 사물 간의 배치와 수량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행위를 지시하며, 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Ensemble›은 과거의 자신(의 활동과 작업)을 참조의 대상으로 삼는다.
«PHASES»는 이처럼 번역에서 발생하는 참조가 사물의 조건을 묻는 작업으로 수행될 때, 불일치되어버린 대상 사이의 환수되지 않는 의미에 관하여 말하려는 시도이다.
기획: 송하영, 최조훈(ONEROOM)
포스터 디자인: 오늘의 풍경
후원: 서울문화재단
박승혁
1992년생 서울 출생, 거주
johanhome.blogspot.kr
개인전
2015 "길다란 싱크", 기고자
단체전
2016 "세마블루 2016 서울 바벨", 서울시립미술관
프로젝트
2016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회", 스트로모브카
2016 "Through Hollow Lands", 기고자
2015 "bodies?", 스트로모브카 (*팀 Home A/S의 멤버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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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S
박승혁
«PHASES»는 ‘번역’에서 시작한다. 번역은 대상을 또 다른 대상과 인위적으로 맥락 짓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의미는 원래의 의미와 정확히 포개질 수 없으며, 어쩔 수 없이 오차가 발생한다. 이번 전시에서 박승혁은 기능과 역할이 부여된 물건을 작품의 참조 대상으로 삼되 어떠한 식으로든 다시 만든다. 전시장에 놓여있는 작품들은 작가가 참조한 물건들과 유사한 모양을 하지만, 작가에 의해 ‘번역’되면서 본래 속해 있던 기능과 멀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미술 작품의 조건에 대한 범주 안에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이전에 진행해 온 전시들이 공유하고 있는 방식, 이를테면 전시에서 사용된 오브제를 다음 전시에 출현시키는 것에서 빠져나오면서 «PHASES»를 시작한다.
‹Phases›는 작가가 이전까지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반복적 사용’이라는 행위(문법) 자체를 형태로 번역하여 하나의 오브제에 작동시킨 결과이다. N자 형태의 오브제는 머리와 꼬리를 맞대어 반복적으로 이어져 나간다. 한편, ‹Forward Seat›에서 작가는 사물을 통해 작품이 전시될 공간을 번역한다. ‹Forward Seat›는 버스 앞 좌석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 형태로 인해 원룸ONEROOM의 창밖 풍경과 버스 앞 좌석에서 보이는 풍경이 중첩된다. 작품이 올려진 좌대를 버스의 육중한 바퀴를 감싸며 툭 튀어나온 볼륨으로 번역해 보면, 플라스틱으로 소성된 의자(기성품)만 작품으로 성립한다. 번역의 행위로 본래의 사물은 이전과 다른 단계(phase)에 존재하지만, 이 번역으로 인해 사물은 어디에도 포획되지 않는, 불분명하고 미결정의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이 영역이 불분명하고 미결정의 상태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여타의 것을 사물에 이입하기 보단 사물의 영역에서 참조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작가가 참조하는 대상은 전시에 직접 등장하거나, 구체적인 형태로 치환되어 오브제로 제작되거나, 제작된 오브제와 기성품 간의 배치를 통한 관계로 나타난다. 또한, 전시장에 배치된 각각의 오브제들은 구체적이고 명료한 형태로 서로에게 참조 대상이 되는 동시에 참조 자체를 지시하기도 한다. 가령, ‹Phases›와 ‹Untitled(First Movement)›는 같은 색과 형태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있으며, ‹Yoga›는 생활 공간에 흔히 있는 전자제품 부속의 형태와 작동방식을 참조하고 있다. ‹Tea Table›과 주변에 놓인 두 개의 의자는 각 사물 간의 배치와 수량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행위를 지시하며, 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Ensemble›은 과거의 자신(의 활동과 작업)을 참조의 대상으로 삼는다.
«PHASES»는 이처럼 번역에서 발생하는 참조가 사물의 조건을 묻는 작업으로 수행될 때, 불일치되어버린 대상 사이의 환수되지 않는 의미에 관하여 말하려는 시도이다.
기획: 송하영, 최조훈(ONEROOM)
포스터 디자인: 오늘의 풍경
후원: 서울문화재단
박승혁
1992년생 서울 출생, 거주
johanhome.blogspot.kr
개인전
2015 "길다란 싱크", 기고자
단체전
2016 "세마블루 2016 서울 바벨", 서울시립미술관
프로젝트
2016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회", 스트로모브카
2016 "Through Hollow Lands", 기고자
2015 "bodies?", 스트로모브카 (*팀 Home A/S의 멤버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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