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ONEROOM 운영자 송하영, 최조훈입니다.

먼저 이번 일로 전시를 관람하신 분들과 지금까지 ONEROOM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신 여러분들께 큰 심려와 혼란을 안겨드린 점에 대하여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ONEROOM은 2019년 3월부터 약 1년여 동안 《ONE-PIECE 2020》 전시를 기획하고, 김대환 작가와 프로젝트를 준비하였습니다. 《ONE-PIECE 2020》은 김대환 작가의 미술 활동에 대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고, 대화 내용을 기록 및 편집하여 인터뷰집과 과거 작업의 일부를 전시로 선보이는 구성입니다. 7월 6일 SNS를 통해 전시 기간을 2020년 7월 10일부터 8월 1일까지로 공지하면서 작가와의 대화를 함께 예고하였습니다.

전시 오픈 후 7월 11일 제보자 A로부터 참여 작가와 관련한 ‘이슈’가 있다는 사실을 기획자 중 한 명인 송하영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달받았고, 어떤 문제인지 확인을 요청하였습니다. 제보자 A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전달받은 제보자 B를 연결해 주었으며, 송하영이 제보자 B에게 문의하였습니다. 7월 13일 송하영은 제보자 B에게 피해와 관련된 사항이 기록된 문서를 문자 메시지로 전달받았습니다.

여성 작가의 입장에서 본인의 피해를 문서로 작성하고 이를 알린다는 것의 무게감과 심각성을 깊이 인지하고 있으며,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와 관련된 사항을 제보해주신 분들이 ONEROOM에 신뢰를 가지고 용기내어 말씀해주신 것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저희에게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랐던 마음 역시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전시의 연장과 작가와의 대화를 고지하여 결과적으로 더 큰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드린 데 대해서는 저희 역시 고통스럽고 마음이 무거운 상황입니다.

문서를 전달받고 가장 먼저 피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ONEROOM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할지 논의가 필요했습니다. 문제가 공론화되거나 공식적인 채널로 제보 및 요구사항이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 김대환에게 해당 사안을 전달하거나 전시 계획을 변경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일은 보다 면밀한 검토를 요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제보자를 비롯하여 피해를 알려준 분을 보호하여 2차 가해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습니다. ONEROOM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참여 작가인 김대환에게 성희롱, 성범죄와 연루된 사실 여부에 대하여 확인을 요청하였고, 이에 관련한 사항이 없음을 확인받은 후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전시 오픈 이후에 작가의 입장과 배치되는 제보 사항을 받았기 때문에, 김대환에게 이를 알리고 사실관계 및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전달하였습니다. 김대환은 제보 내용과 관련된 사실관계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사실 경위와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위와 같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작가와의 대화 일정 문의와 전시 연장에 대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또한 ONEROOM이 사건과 관련한 사실을 당장 공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며, 이를 무리하게 밝히거나 조치를 취했을 경우 당사자들과 제보자들에게 발생할 추가 피해 역시 우려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애초 공지한 바와 같이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전시 연장은 작가와의 대화를 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제보 내용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표현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전시 연장 및 작가와의 대화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상황에 개입하는 적극적이고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 또 다른 가해나 피해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피해자와 이 문제를 알렸던 분들, 그리고 전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사전에 자문을 구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미흡한 조치는 저희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전시 연장과 작가와의 대화는 취소하겠습니다.

ONEROOM은 송하영과 최조훈이 운영하는 작은 독립 기관입니다. 최소한의 인원과 비용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소명하거나 자문을 구할 상위 기관이 부재하며, 문제 해결에 관해 참고할만한 선례나 가이드라인도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규모를 떠나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제도적인 장치나 방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기관과 전문가의 자문을 통하여 성평등 약속문 및 성평등 규약 가이드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향후 ONEROOM에서 이루어지는 전시 및 프로젝트에서 성평등에 위배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도 함께 점검하면서 기획자와 작가를 위한 창작 및 전시 윤리 확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ONE-PIECE 2020》과 관련한 문제를 분명하게 규정하고, 과정을 공유하며,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이나 이해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은 삼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ONEROOM은 여성 창작자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지금까지 보내주신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혼란을 안겨드린 점에 더욱 가슴이 아프고 송구한 마음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더 발전적인 문화 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2020년 8월 2일
송하영, 최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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